알뜰폰 요금제 모요(MOYO), 모두의 요금제

알뜰폰 비교 서비스를 만들던 PO가 통신 플랫폼의 판을 그리기까지

이우일2026.05.22
알뜰폰 비교 서비스를 만들던 PO가 통신 플랫폼의 판을 그리기까지

프롤로그

2022년 여름, 알뜰폰 요금제 비교 서비스로 한창 성장하고 있던 시기에 모요에 합류했습니다. 그 사이 모요는 요금제 탐색·비교에서 출발해, 파트너와 함께 요금제 신청·개통까지 풀어가며 휴대폰·인터넷을 아우르는 통신 플랫폼으로 확장해왔어요.

휴대폰, 인터넷까지 아우르는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여러 시즌의 실험을 거쳤고, 그 중 휴대폰 시장의 판을 바꾼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오늘의 성지에 대하여 이야기하려 해요.

레몬마켓*의 판을 바꾸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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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가 정보 우위로 품질이 나쁜 상품('레몬')을 섞어 팔 수 있어 구매자 불신이 커지고, 결국 좋은 상품('피치')까지 시장에서 사라지기 쉬운 시장

여러 PMF 후보 사이에서

오늘의 성지가 만들어지기 직전 몇 달 동안은 PMF(Product-Market Fit)*를 찾는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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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시장의 실제 수요와 맞아떨어지는 상태. 고객이 제품을 반복적으로 찾고, 만족하며, 이탈하지 않는 지점

휴대폰을 사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 아니에요. 거의 모든 사람이 이미 경험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우며 믿기 어려워 불신이 가득 한 곳이 통신 시장이에요. 이러한 문제를 풀어내고, 고객이 만족할만한 휴대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모요만의 PMF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PMF를 찾기 위해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가설을 빠르게 제품으로 만들었어요. 제품을 직접 고객에게 실험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다른 방향을 찾았어요. 모두픽업*, 통신비 지원받는 직장인 대상** 파일럿 등 다양한 시도 중 가장 의견 차이가 뚜렷했던 것은 역경매를 활용한 제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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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서 바로 저렴한 가격으로 픽업할 수 있는 대리점을 안내하는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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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통신비 복지가 지원되는 직장인 대상으로, 이 복지비를 활용해 새로운 휴대폰을 살 때 개인 지출을 최소화하며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 맞춤 추천으로 상담/중개 제공해준 서비스

역경매는 고객이 "어떤 기종의 휴대폰을, 어떠한 조건으로 사고 싶다"고 직접 올리면, 이를 참고하여 판매자들이 견적을 제안하고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고객이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팀 리더는 역경매를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옵션으로 보고 있었어요. 판매자들끼리 경쟁시켜서 고객이 최선의 조건을 받게 한다는 점에서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그림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시장과 고객을 직접 들여다본 결과, 다른 길이 더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역경매 방식은 모요 내부에서 '빠꼼이'라고 부르는, 직접 손품·발품을 팔며 성지*나 여러 판매처를 찾아다니고 비교하는 사람들에게 잘 맞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큰 이견이 없었어요. 다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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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매장이나 일반 대리점보다 훨씬 싸게 휴대폰을 살 수 있는 일부 소형 대리점·판매처를 가리키는 속어

하나는 역경매 방식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고객의 세그먼트 자체, 즉 시장이 작다는 거였어요. 초빠꼼이와 발품러는 어차피 더 싼 곳을 끝까지 찾아갈 가능성이 높기에 이탈되기 쉬워요. 그 외의 다른 세그먼트의 고객은 판매자와 역경매를 통해 협상하는 것을 어려워 했기 때문이에요.

다른 하나는 역경매 구조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휴대폰이더라도, 결국 애플 혹은 삼성이라는 동일한 기업이 만든 동일한 품질의 상품이에요. 다시 말해, 가격 외에 다른 가치를 얹기 어려운 구조였고, 그렇기에 역경매 구조에서는 결국 가격 싸움이 돼요. 가격이 낮아질수록 고객은 좋겠지만 파트너사와 모요가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오히려 우리가 가치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역경매 구조를 어려워하는 다른 세그먼트의 고객들이라고 판단했어요. 꼼꼼히 비교하고 협상하는 걸 즐기지 않고 오히려 어려워하지만, 사기당하지 않고 좋은 조건으로 잘 사고 싶은 사람들. 이들이 우리의 핵심 고객이라는 가설이었어요. 그 결정의 DRI*는 저였고, 팀 리더는 제 판단을 지지해주셨습니다.

두 가지 가설로 판을 짜다

휴대폰 시장은 전형적인 레몬마켓입니다. '최대 100만원 할인'과 같은 혜택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고가 요금제 필수 이용, 부가서비스, 카드 발급, 인터넷 결합 같은 조건이 줄줄이 붙어있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이렇게 조건을 숨기는 판매자가 많은 시장에서, 고객이 일일이 조건을 파악하고 비교하는 것이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죠.

여기서 두 가지 가설이 나왔습니다.

가설 1) 좋은 조건으로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하여 쓰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제품, 즉 휴대폰 시세를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그 자체로 많은 고객이 모일 것이다.

가설 2) 그렇게 모인 고객 중 진짜 빠꼼이를 제외한 다른 고객들은 "레몬이 아닌 피치", 즉 복잡한 조건이 필요 없이 정직한 상품에 더 매력을 느끼고 구매할 것이다.

두 가설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였어요. 가설 1로 사람을 모으면, 그 중 진짜 빠꼼이는 우리를 거쳐 더 싼 곳으로 가더라도 괜찮아요. 핵심은 그 옆에서 같이 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이 조건제로의 가치, 즉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으면서 부가 조건 없이 정직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 반응하면, 거기서 구매를 만들어내고 높은 만족도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봤어요. 다시 말해서 꼭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고가 요금제·부가 서비스·카드 발급·기기 반납·인터넷 결합 등 복잡한 조건 없이 비교적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유의미한 가치가 된다고 봤어요.

이 두 가설을 통해 부가 조건 없이 정직하게 상품을 파는 조건제로라는 새로운 스킴*을 만들었어요.

*제품/비즈니스가 돌아가게 만드는 '설계된 규칙과 구조(운영 방식)

초기 제품 이미지 1 초기 제품 이미지 1

초기 제품 이미지 2 초기 제품 이미지 2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배우고

5월 초에 '오늘의 성지' MVP를 배포했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러프한 MVP였어요.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문제는 휴대폰 시세 정보가 커뮤니티와 네이버 카페 같은 다양한 곳에 해석하기 어려운 형태로 흩어져 있다는 것이었어요. 자연스럽게 '휴대폰 시세 정보를 어떻게 잘 모아서 보여줄지' 고민하게 됐고, 처음엔 그야말로 스타트업답게 한땀한땀 손으로 작업했어요. 팀원들과 나눠서, 복잡한 시세표를 매일매일 사람이 손으로 긁어서 정제하고 서비스에 녹였어요. 초기 배달의민족이 동네 전단지를 직접 주워다가 데이터로 만들었던 것처럼요.

시세표 1 시세표 1

시세표 2 시세표 2

그 다음 두 달 간은 아주 빠른 페이스로 제품을 고도화 했어요. 시세 추이 그래프, 가격 인하 알림, 주제별 투표와 댓글, 시세 하락폭 큰 조건 모아 보기 등등 일주일에도 2~3개씩 새로운 기능을 만들었어요. 각 기능을 붙일 때마다 고객의 반응을 정성·정량적으로 검증 했어요. 광고를 돌려 CPC를 보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댓글을 받아보기도 하고, 유입된 고객 중 몇 프로의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지도 확인했어요. '사람들이 진짜로 휴대폰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모요를 찾아오는가'가 확인되어야 가설 1이 맞는다는 신호라고 판단했어요.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이 모요에서 휴대폰 가격 비교를 한다는 것을 확인한 6월에 들어서야 가설 2와 관련된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어요. 특히 모요와 제휴를 맺은 대리점에서 제공하는 조건제로 상품을 소구하는 방식에 대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했어요.

그리고 휴대폰 판매 건수가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휴대폰을 구입한 고객들이 높은 만족도를 남겨주셨어요.

가설이 맞아떨어진 순간

데이터를 들여다보다가 가장 짜릿했던 건 처음 세웠던 가설 그대로 고객 세그먼트가 명확하게 두 개로 갈린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휴대폰을 최저가로 살 수 있는 진짜 성지를 찾아다니는 전문가인 '빠꼼이'가 한 축, 그리고 시세 정보를 보고 들어왔지만 '꼼꼼히 비교하지 않는 고객'이 다른 한 축이었어요. 후자의 '꼼꼼히 비교하지 않는 고객'은 조건제로를 선택했어요. 가설대로 빠꼼이가 아닌 다른 세그먼트의 고객이 모요의 핵심 고객이라는 것을 시장에서 직접 확인한 거예요.

고객 세그먼트 데이터

또 하나, 이 시기에 들어온 고객 중 모요를 처음 쓰는 신규 고객의 비율이 절반 수준이었어요. '오늘의 성지' 제품이 외부 고객을 모요로 끌어들여 휴대폰을 팔 수 있는 허브가 된 거예요. 고객이 남기는 NPS*도 80점 이상으로 굉장히 높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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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 Promoter Score. "이 제품을 주변에 추천하겠는가"를 0~10점으로 측정하는 고객 만족도 지표

오늘의 성지를 통해, 처음에 목표했던 고객이 모요를 통해 휴대폰을 사고 그 경험에 만족하게 만드는 PMF를 찾은 거예요.

시장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오늘의 성지는 이제 모요에서 중요한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고도화 되고 있어요. 가설이 검증된 이후엔 매일 사람이 손으로 시세를 긁던 운영 비용도 줄였어요. AI로 수많은 판매처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형태의 시세 정보를 정규화해서 더 빠르게, 더 많은 데이터를 쌓고 서빙하고 있어요. 고객은 그래프를 보면서 지금 시세가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고, 모요에서 휴대폰을 구입하고 개통해요.

현재 서비스 화면

현재 서비스 화면 2

현재 서비스 화면 3

더 흥미로운 건, 모요의 조건제로 스킴을 따라하며 판매하는 곳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거예요. '부가 조건 없이 싸게 판다'는 메시지를 차용해서 자사 상품을 어필하는 판매처들이 등장한 거예요. 통신 시장에 모요가 영향력을 미친 거예요.

이를 통해 모요 내부에서는 "가격 싸움이 아니라 정직한 판이 결국 멀리 간다"는, 정직함의 가치에 더 큰 믿음을 갖게 되었어요. 조건제로 같은 양질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판을 만들면, 소모적인 가격 싸움 없이 파트너와도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에요.

그 이후 — 제품에서 판으로

오늘의 성지를 비롯해 여러 스쿼드에서 쌓은 레슨을 종합해, 지금은 휴대폰 신사업을 하는 MNO* 트라이브** 전체의 제품 전략을 짜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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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Network Operator.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망을 직접 보유·운영하는 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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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요의 조직 단위. 하나의 사업 영역을 책임지는 여러 스쿼드(특정 목표를 중심으로 PO, 디자이너, 개발자 등이 모인 소규모 실행 단위)의 묶음

특히 오늘의 성지에서의 레슨런이 가장 잘 쓰이고 있는 건, 고객 세그먼트 프레임이에요. 가설을 검증하면서 저렴하게 사고 싶은 것은 모두의 공통적인 니즈겠지만,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가" 라는 축을 기준으로 고객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아래와 같은 다섯 개의 세그먼트로 정리했어요.

어느 세그먼트를 어떤 순서로 공략할지, 어느 스쿼드가 어떤 세그먼트를 풀지, 동일한 이해도와 언어를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됐어요. 한 스쿼드에서의 경험과 레슨이 트라이브 차원으로 확장되는 경험이었어요.

세그먼트뿐만이 아니에요. 시장이 레몬마켓일 때 가설을 어떻게 빠르게 검증할 것인가,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와 같은 레슨도 같은 방식으로 트라이브 차원에서 공유하고 있어요.

모요 고객 세그먼트 프레임 모요 고객 세그먼트 프레임

요즘은 트라이브 차원에서 모요라는 통신 플랫폼에 고객 유입에 대한 전략 뿐 아니라, 원활한 상품 공급을 위한 뒷단 구조를 만드는 일을 같이 하고 있어요. 새로운 파트너가 모요에 입점하여 상품을 올리고 잘 관리하여 더 많은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여 공급 사이드의 운영 효율과 성과를 올리는 작업이에요. 트라이브의 전략과 같은 큰 그림 뿐 아니라, 파트너를 위한 B2B 제품의 디테일을 함께 챙기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고객이 가격뿐 아니라 신뢰도에 따라 다양한 판매처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를 늘리는 일, 요금제·인터넷 등 더 다양한 상품을 함께 비교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장하는 일, 그리고 제휴 파트너들이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가설을 세워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직접 내보여 성과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때로는 팀 리더와도 다른 길로 가보면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동료의 날카로운 "왜?"를 환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요에서의 시간이 커리어에서 가장 밀도 높은 구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품에서 판으로 가는 이 길을 함께 그릴 분을 찾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