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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이 참여한 AI 해커톤

이동국2026.08.07NEW
전 직원이 참여한 AI 해커톤

작년 말에 사내 AI 해커톤이 한 번 있었어요. 신청을 받아 15명이 팀을 짜서 이틀 동안 만들었고, 저도 그 일을 계기로 AI에 훨씬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참가한 동료들을 봐도 그랬어요. 교육을 여러 번 듣는 것보다 직접 하나를 끝까지 만들어본 이틀이 더 크게 남더라고요.

효과는 분명한데 그걸 겪은 사람이 너무 적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목적을 여기에 맞췄어요. 전 직원이 한 번씩, 각자 무언가를 끝까지 만들어보게 하는 것. 이 글에 나오는 결정들은 전부 이 한 줄에서 나왔어요.

이름은 #ai-무엇이든만들어보세요로 정했어요. 7월 초 이틀 동안 진행했고, 약 60명이 참여해 48개가 나왔어요. 어떻게 운영했는지 정리해볼게요.

해커톤 오프닝 발표 — "AI를 아는 것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경험으로"

전 직원 대상, 업무시간 이틀

출발점은 직전 회차 설문이었어요. 거기 적힌 불만을 그대로 뒤집었어요.

지난 회차에서 나온 말이번에 바꾼 것
연말에 저녁·밤새워 하는 게 부담됐다, 본업에 지장 없는 시간대면 좋겠다평일 업무시간 이틀로 옮기고 밤샘을 없앴어요
전사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와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신청제를 없애고 전 동료를 대상으로 했어요
계정·구독·권한 세팅 안내가 미리 있으면 좋겠다공용 API 키를 미리 발급하고 FAQ와 서포터를 붙였어요
결과물 시연 영상이나 링크를 공유해줬으면 좋겠다영상 갤러리를 만들어 이틀 내내 열어뒀어요

앞의 2가지는 같이 가야 했어요. 신청제로 하면 바쁜 부서가 눈치를 보다 빠져요. 그렇다고 신청만 없애도 부족해요. 업무시간을 공식적으로 빼줘야 비로소 "해도 된다"가 돼요.

참가자 후기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말이 이거였어요.

"업무 시간 중 해커톤에 시간을 써도 된다는 보장이 있으니 훨씬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개인전으로 한 이유

해커톤 1일차 아이디어 보드

직전 회차는 3명이 한 팀이었고, 팀마다 개발자가 1명씩 들어갔어요. 이번에는 팀을 금지했어요.

팀으로 하면 결과물은 좋아져요. 대신 잘하는 한 사람에게 일이 몰려요. 개발자 1명이 만들고 나머지는 발표를 돕는 구도가 되기 쉬워요. 목적이 좋은 결과물이 아니라 각자의 첫 경험이었으니 그 구도는 곤란했어요.

혼자 만들게 한 만큼 주제는 열어뒀어요. 오프닝 안내는 이랬어요.

코딩 결과물에 한정하지 않아요. AI를 활용해 본인이 직접 해낸 것이면 충분해요.

내 업무 자동화도 좋고, 팀이 쓸 도구도 좋고, 점심 메뉴 고민을 덜어주는 것도 좋다고 했어요.

리그와 평가

팀을 없애니 실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어요.

60명을 한 그룹에 두면 개발자가 상위권을 가져가요. 그러면 비개발 직군은 시작하기 전에 포기해요. 참여를 강제하지 않았는데 참여가 사라지는 셈이에요.

그래서 AI 활용 수준과 직군을 함께 고려해 5개 리그로 나눴어요. 프론트엔드·백엔드·인프라가 섞인 리그 2개, 기획·데이터·사업 직군 리그, 경영지원·프로덕트 디자인·마케팅 리그, 리더십·보안·고객경험 리그. 제출도 투표도 리그 안에서만 해요.

5개 리그 편성을 공지한 슬랙 게시물

목적은 명단을 받아 든 사람이 "이 안에서라면 해볼 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었어요. 순위의 공정함은 그다음 문제였고요. 사후 설문에서 운영 항목 중 가장 좋은 평을 받은 것도 리그였어요.

평가는 심사위원 없이 동료 투표 100%예요. 자기 리그 작품을 다 보고 1·2·3등을 고르면 3점·2점·1점으로 합산되고, 자기 작품에는 투표할 수 없어요. 직전 회차는 투표 70%에 AI 채점 30%를 더하고 5개 항목을 점수로 매겼는데, 기준은 정교했지만 설명할 게 많았어요. 이번엔 "동료들이 골랐다"는 납득 하나로 갔어요.

대가도 있었어요. "다른 리그에도 너무 좋은 제품이 많아서 내 리그 외에도 투표할 수 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라는 의견이 남았거든요. 투표 범위를 넓히면 리그의 효과가 흐려져서, 다음 회차 숙제로 뒀어요.

미리 준비한 것들

이틀은 짧아서 도구 설치나 권한 신청에 반나절을 쓰면 그날은 끝이에요. 막힐 만한 지점을 미리 정리했어요.

  • 공용 API 키 — Claude와 GPT 키를 하나씩 발급해두고 행사가 끝나면 폐기했어요. 60명이 각자 신청하면 그게 병목이 돼요.
  • 보안 규칙 4줄 — 키를 화면에 그대로 붙이지 않기, 고객 정보를 넣기 전에 묻기, 공개 링크에 올리기 전에 확인하기, 애매하면 서포터 부르기. 길면 읽지 않아요.
  • 서포터의 개입 범위 — 환경 세팅, 방향 제시, 보안 확인까지만 도와요. 대신해 만들어주기, 프롬프트 대필, 결과물 수정은 하지 않아요. 문서에 명시해뒀어요.
  • 영상은 유튜브 링크로만 — 파일을 받으면 코덱, 저장소, 용량 제한이 전부 우리 문제가 돼요. 유튜브에 '일부 공개'로 올리고 링크를 붙여넣게 했어요. 참가자가 실수할 지점은 '비공개'와 '일부 공개'를 헷갈리는 것 하나여서, 제출 폼에서 그것만 굵게 안내했어요.

이틀 동안 나온 결과물

결과 제출 갤러리

업무 자동화 — 가장 흔한 출발점이에요. 매주 반복하던 작업을 겨냥했어요.

영상 편집 자동화 프로그램 · 유저 인터뷰 자동화 봇 · 마케팅 컨텐츠 자동 생성기 · 사내 자산 관리 프로그램

팀 도구 — 팀의 정보 병목을 건드린 쪽이에요.

모요 스쿼드 히스토리 탐색기 · 자연어로 만드는 데이터 기반 슬랙봇 · 지표 이상 자동 탐지 및 원인 분석 에이전트

고객 대상 — 이틀짜리인데 제품에 붙일 자리까지 그린 것들이에요.

모요 인터넷 상담 AI · 신청 과정 음성 안내 · SEO 키워드 자동 발굴 & 콘텐츠 생성 시스템

엉뚱한 것들 — 제목은 장난 같은데 실제로 동작해요.

퇴사 시그널 · 💘 모두의 궁합 · AI 에이전트를 위한 커뮤니티 · 통신사 키우기 시뮬레이터

리그별 순위와 별개로 부문상도 4개 만들었어요. 가장 엉뚱한 결과물, 완성도와 디테일이 높은 결과물, 내일부터 회사에서 쓰고 싶은 결과물, 영상이 가장 임팩트 있던 결과물. 순위 하나로는 안 보이는 것들이 있어서요.

운영하면서 배운 3가지

하나, 병목이 코딩에서 아이디어로 옮겨갔어요.

어디서 막혔냐고 물었더니 도구나 문법보다 "무엇을 만들지"가 많이 나왔어요. 다음 회차에는 아이디어 보드나 직군별 페인포인트 목록을 미리 준비하려고 해요.

💬 "이제 다들 너무 잘 쓰셔서 AI 활용 능력보다는 아이디어 싸움 같아요."

"생산하는 속도가 빨라진 만큼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더 시간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아요."

둘, 영상 하나로는 부족했어요.

90초 영상으로만 보여주게 했더니 영상에 담기 어려운 걸 만든 사람이 손해를 봤어요. 영상 편집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과제였고요.

운영하는 쪽에는 영상이 편했어요. 60명이 같은 형식으로 내니 갤러리에 걸기 좋고 집계도 간단하거든요. 그 편의를 참가자가 부담한 셈이라, 다음 회차에는 리그마다 1시간쯤 직접 만져보는 시연 시간을 붙이려고 해요.

💬 "표현 방식이 영상에 국한되어 있으니, 그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을 만든 분이 빛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

셋, 이틀짜리 결과물이 실제 업무로 넘어갔어요.

행사가 끝난 뒤 "만든 걸 실제로 쓰고 싶다"고 답한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어요.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사내 도구 배포였어요. 저희는 회사 계정 가진 사람만 쓸 수 있게 사내 도구를 배포해주는 '런치패드(관련 아티클)'를 따로 운영하는데, 해커톤 전까지는 개발자 몇 명이 쓰는 정도였어요. 행사 이후로 사용이 확 늘었고, 2주쯤 지나서는 비개발 직군이 직접 업무용 모니터링 대시보드를 올려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이틀 동안 한 번 만들어본 게 "나도 만들어서 올릴 수 있다"로 이어진 셈이에요.

다음 회차에는 배포 가능한 시작점을 아예 미리 나눠주려고 해요. 결과물을 업무에 적용하고 1개월 뒤에도 쓰고 있는 참가자에게 추가로 보상하는 제도도 검토 중이고요.

참가자들에게 남은 것

사후 설문에서 AI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는 답은 없었어요. 대신 이런 답이 남았어요.

"비개발자도 만들 수 있는 게 많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하면 된다! 시간만 내서 하면 다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다들 너무 잘 만드시고 아이디어도 좋아서 이제는 직군을 막론하고 해볼 수 있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란히 앉아 각자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전부 그렇지는 않았어요.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많이 멀었구나 생각했어요"라는 답도 있었고, 이미 AI를 많이 써서 달라진 게 없다는 답도 있었어요. 이틀로 사람이 바뀌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번에는 60명이 그 경험을 했어요. AI를 안다는 것과 끝까지 만들어봤다는 것 사이에는 간격이 있는데, 그 간격을 넘는 데는 강의보다 이틀이 나았어요. 그 이틀이 이틀로 끝나지 않고 업무에서 쓰는 도구로 이어지는 걸 확인한 게 이번 회차의 가장 큰 수확이고요. 다음 회차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 글은 모요 AX팀이 일하는 방식을 기록하는 시리즈 중 하나예요. AI로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