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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톤이 끝나고, 서포터가 생겼어요 : 비개발자가 만든 도구가 전사에 배포되기까지

이재연2026.09.08NEW
해커톤이 끝나고, 서포터가 생겼어요 : 비개발자가 만든 도구가 전사에 배포되기까지

저는 개발자가 아니에요. 모요에서 구성원의 업무 환경을 만드는 GA(총무) 업무를 하고 있어요.

그런 제가 입사 한 달 차에 열린 해커톤에서 자산관리 시스템을 만들었고, 지금 그 시스템은 모요 구성원 누구나 쓸 수 있는 형태로 배포되어 있어요. 자산 데이터 이관도, 자산별 코드와 QR 라벨 부여도 다 끝났고요.

그런데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시스템을 잘 만들었어요"가 아니에요. 만든 게 어떻게 실제로 쓰이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건 늘 그다음이었어요

GA·HR 영역에서도 AI 활용은 빠르게 늘고 있어요. 기념일 알림, 출퇴근 봇,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과 자동화까지요. 저도 필요한 걸 만들어 쓰는 데는 어느 정도 익숙했어요. 문제는 늘 만든 다음이었어요.

GA 업무는 구성원의 업무 환경과 맞닿아 있어요. 그래서 정말 필요한 도구는 대부분 구성원과 함께 쓰는 도구예요. 그런데 만드는 것과 쓰이게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더라고요.

조직마다 보안 환경이 다르고, 사내에 배포하려면 계정과 권한부터 풀어야 했어요. 모든 데이터를 전사에 공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페이지는 다 만들어놓고 정작 배포를 못 해서, 결국 관리자만 쓰는 관리용 프로그램만 남곤 했어요.

이전에 다른 회사에서 만들었던 채용관리 페이지가 딱 그랬어요. 지원자 개인정보를 다루니 권한 관리가 필요했는데, 배포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잘 몰랐어요.

물어볼 곳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뭘 모르는지를 설명하는 게 어려웠어요. 어느 정도의 보안, 배포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그건 회사가 도입한 시스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었지, 구성원이 직접 만든 걸 사내에 배포해서 실제로 쓰는 상황을 염두에 둔 기준은 아니었어요.

이런 건 상황마다 조건이 다 달라요. 어떤 데이터를 다루는지, 누구까지 볼 수 있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올리는지에 따라 신경 써야 할 게 매번 바뀌거든요. 그러니 "제 경우엔 어디까지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결국 그때그때 새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였어요. 그 판단을 제가 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질문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몰랐어요. 결국 로컬 배포를 선택했어요. 제 노트북이 서버가 되는 방식이었죠. 당연히 한계가 있었고요.

입사 한 달 차에 해커톤을 만났어요

모요에 들어온 지 한 달쯤 됐을 때 사내 해커톤이 열렸어요. 주제는 이랬어요.

"모요에 작은 임팩트라도, 무엇이든 만들어보세요"

자기 업무 자동화든, 팀 도구든, 고객을 위한 기능이든, 엉뚱하지만 작동하는 것이든 좋다고 했어요. 점심 메뉴 고민을 덜어주는 것처럼 작아도 실제로 쓰일 수 있는 걸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어요.

마침 저는 자산 조사를 하고 있었어요. 시트로 관리되던 자산을 시스템으로 옮기고, 자산 사용 이력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죠.

다만 제가 만들고 싶었던 건 관리자가 자산 목록을 들여다보는 화면이 아니었어요. 실제로 자산을 쓰고 있는 구성원이 자산에 붙은 코드로 본인 장비의 상태를 확인하고, 교체나 고장 신청을 빠르게 하고, 그 이력까지 확인하는 것. 그게 목표였어요. 그러려면 권한 설계가 관건이었어요.

  • 시스템에 접속하는 일반 사용자 권한과, 자산을 관리하는 관리자 권한의 분리
  • 일반 사용자에게 보이는 화면은 관리자 화면과 다른 조회 전용 페이지
  • 모요 구성원이 아닌 외부 사용자는 접근할 수 없어야

사내 메일을 아이디로 잡자니 계정을 하나씩 설정하고 관리해야 했어요. 그러면 계정 정보라는 새로운 데이터가 또 생기고요. 게다가 모요는 이미 Okta*로 보안을 관리하고 있어서, 새로 만드는 시스템도 여기에 맞춰야 했어요.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모요의 보안 정책과 AI 보안 정책이었어요. 어디까지 공유해도 되는지를 알아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생각보다 훨씬 쉬웠어요. 모요는 클로드 조직 설정에 사내 AI 보안 정책을 등록해두고 있어요. 조직 지침이라고 해서, 구성원이 어떤 대화를 시작하든 클로드가 그 정책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가 되는 기능이에요. 그래서 정책 문서를 따로 찾아 읽을 필요가 없었어요. 작업하다가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려고 하면 클로드가 먼저 짚어줬거든요. "이거 물어봐도 되나?" 하고 멈칫하는 시간이 사라진 거예요.

정책을 만들어두는 것과, 정책이 일하는 자리에 미리 들어와 있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

Okta : 회사 계정 하나로 여러 사내 서비스에 로그인하게 해주는 인증 도구예요.

이틀 동안 만들었고, 여기서 멈춰 있었어요

해커톤에서는 일단 기능 구현에 집중하기로 하고 이틀 동안 뚝딱뚝딱 만들었어요. 관리자·일반 사용자·회계 담당자 세 입장에서 각각 고민해 기획안을 쓰고, 자산 기록 관리부터 QR 코드 생성과 라벨지 인쇄, 엑셀 일괄 업로드, 로우데이터 다운로드, 회원 권한 관리, 로그 관리, 태그 관리까지 담았어요.

그만큼 고민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정말로 업무에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데모가 끝나고 나니 딱 여기서 멈춰 있었어요.

해커톤 버전에는 로그인이 없어서, 역할 전환 드롭다운으로 관리자·회계관리자·일반 사용자 화면을 바꿔가며 만들었어요

*

이 글의 화면 캡처에 나오는 사용자 이름과 자산번호, 시리얼번호는 모두 예시로 넣은 값이에요. 실제 구성원 정보나 자산 정보가 아니에요.

로그인이 없었어요. 제 기획의 핵심은 일반 사용자와 관리자를 나누는 거였는데, 해커톤 버전에는 로그인 기능이 아예 없었어요. 화면만 나뉘어 있고, 주소를 아는 사람은 그냥 들어올 수 있는 상태였죠. 안 붙인 게 아니라 못 붙였어요. 로그인을 만들려면 구성원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 계정 정보를 제가 직접 보관하고 관리하게 돼요. 게다가 이 계정은 "누가 어떤 장비를 쓰는지"와 연결되는 정보라 더 조심스러웠어요. 모요는 이미 Okta로 로그인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것과 따로 노는 계정을 제가 또 만드는 게 맞는 건지도 판단이 안 섰고요.

어디에 올려야 할지도 몰랐어요. 제 노트북에서는 잘 돌아가는데, 동료가 접속하게 하려면 어디에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그 과정에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누구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몰랐어요. 그러니 실서비스로 만들 엄두가 안 났어요.

배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몰랐어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클로드에게 배포 방식을 물어봐도 결국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말밖에 못 했어요. 이렇게 해도 되는 게 맞나 싶었고, 다 맡겨버리면 저한테 남는 게 없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이렇게 하면 뭐가 다른지 알고 나서 고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모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늘 아쉬웠던 게 여기서부터였어요. 만들고 나서 못 쓰게 되는 것들, 쓰다가 사라지는 것들이요. 모요는 달랐어요.

해커톤이 끝나고 만족도 설문이 왔는데, 거기에 "실제로 모요에 적용하고 싶은가"를 묻는 문항이 있었어요. 저는 그렇다고 답했어요. 그리고 얼마 뒤, 두 번째 설문이 왔어요. 적용하고 싶다고 답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각자 어떤 부분이 막혀 있는지를 파악하는 5분짜리 설문이었어요.

해커톤에서 만든 서비스를 실제로 쓰고 싶다고 답한 사람들에게 두 번째 설문을 요청하는 슬랙 공지


그리고 저에게 서포터가 생겼어요.

자산관리 시스템 런치패드 세팅을 도와주겠다고 먼저 연락해온 동료의 슬랙 메시지

세팅해주고 떠나지 않았어요

모요에는 런치패드*라는 사내 배포 도구가 있어요. 구성원이 만든 도구를 회사 계정으로 로그인한 사람만 쓸 수 있게 배포해주는 도구예요.

제가 혼자 붙들고 고민하고 있던 권한과 배포 문제가, 사실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셈이에요. 그런데 저에게 더 인상 깊었던 건 도구 자체보다 도구를 세팅해주는 과정이었어요.

그냥 세팅만 해주고 떠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런치패드가 어떤 것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담당하는지, 왜 이런 방식으로 하는지, 설치는 어떻게 하는지를 화면을 같이 보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셨어요. 런치패드에 보안 정책이 이미 세팅되어 있어서 기획하고 작업하는 단계에서 보안에 예민한 부분은 한 번 더 체크하고 질문을 준다는 것도 그때 알았어요. 제가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것들도 이 기회에 제대로 배웠고요.

런치패드에 맞게 라이트 버전으로 다듬어보자는 제안도 이 과정에서 나왔어요. 혼자였다면 나오지 않았을 방향이에요. 세팅이 끝난 뒤에도 먼저 물어봐주셨어요. 해커톤 사후 관리까지 받아본 건 처음이었어요. 해커톤이 휘발되지 않고 끝까지 완료되는 경험이었어요.

세팅이 끝난 뒤에도 막히는 부분이 없는지 먼저 물어봐주는 슬랙 메시지

지금은 전사가 쓰고 있어요

자산관리 시스템은 현재 모요 구성원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형태로 배포되어 있어요. 기존 자산 데이터 이관을 마쳤고, 자산별 코드 부여와 QR 라벨 작업까지 완료했어요. 해커톤 산출물이 아니라, GA의 실제 운영 도구가 된 거예요.

물론 아직 못 한 것도 있어요. 해커톤 때 넣고 싶었던 기능을 전부 그대로 옮긴 건 아니고, 런치패드에 맞게 라이트 버전으로 정리한 부분이 있어요. 남은 건 쓰면서 하나씩 붙여가려고 해요. 다만 일단 배포되어서 쓰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예전과 가장 큰 차이예요.

관리자가 보는 자산 목록 화면. 등록된 자산을 검색하고 상태별로 필터링할 수 있어요

구성원이 보는 자산 조회 화면. QR로 접속해 본인 장비 상태를 확인하고 고장 신고를 바로 넣을 수 있어요

*

화면에 보이는 자산번호와 시리얼번호, 취득일은 예시로 넣은 값으로 실제 자산 정보가 아니에요.

달라진 건 시스템보다 저였어요

AI가 많이 발전해서 말만 하면 다 해준다고들 하지만, 아직 어려움을 느끼는 구간이 있어요. 저는 전공자가 아니라서, AI가 저에게 선택지를 물어올 때 주도적으로 고민하기보다 그냥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만들었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알아서 해주더라고요"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어요.

지금은 적어도 배포 방식만큼은 제가 고를 수 있게 됐어요. 비개발 직군에게 '배포'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작업처럼 느껴졌는데, 런치패드를 쓰면 문제가 될 부분을 미리 잡을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그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졌어요. 모요에 필요한 게 떠오르면 언제든 만들고, 모두가 쓰게 할 수 있다는 기반이 생겼으니까요. 그래서 더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졌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두 번째 설문도, 서포터도 우연히 생긴 게 아니었어요. AX팀이 해커톤을 기획하면서 함께 설계한 과정이었어요. 만든 것이 실제로 쓰이는 데까지 가도록,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던 거예요.

모요는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요. 그런데 그게 비용을 지원하고 "써보세요"라고 독려하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만든 것이 실제로 쓰일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두고, 구성원들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지 않고, 먼저 다가와 물어보고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저는 모요에서 처음으로, 해커톤을 끝까지 완주했어요.

구성원이 로그인하면 보이는 내 자산 목록 화면. 자산의 QR을 스캔하면 확인·신고 페이지로 이어져요


이 글은 모요 팀이 AI로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시리즈 중 하나예요.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려드릴게요.